임산부는 태아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감염 질환에 특히 민감합니다. 그 중 백일해는 초기엔 단순 감기처럼 보이지만, 임산부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세균성 질환입니다. 백일해는 예방 가능한 질병이지만, 접종 시기나 정보 부족으로 인해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. 임산부가 꼭 알아야 할 백일해의 예방접종 시기, 초기 증상,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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임산부가 백일해에 취약한 이유
백일해는 보르데텔라 퍼투시스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 질환입니다. 전염력이 매우 높고, 특히 신생아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. 임산부의 경우, 일반 성인에 비해 면역 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더 높으며, 감염되면 태아에게도 위험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.
임신 후기에 백일해에 감염되면 산모는 심한 기침으로 인해 복부 압력이 증가하게 되고, 이로 인해 조산이나 태반 조기 박리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. 무엇보다 출산 후 태아가 백일해에 노출되었을 때 생후 2개월 이전에는 접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, 모체로부터 항체를 받아야만 초기 면역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.
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(WHO)와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은 임신 27~36주 사이에 Tdap 백신(파상풍, 디프테리아, 백일해 혼합백신)을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. 백신을 통해 산모의 체내에 생성된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면, 아기가 출생 후 백일해에 걸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.
임산부가 주의해야 할 백일해 초기 증상
백일해는 초기에 감기와 매우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간과되기 쉽습니다. 특히 임산부는 피로감과 가벼운 기침, 미열 등을 단순한 임신 증상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. 하지만 백일해의 가장 큰 특징은 1~2주의 잠복기를 거쳐, 이후 심한 발작적 기침이 반복되며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입니다.
초기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:
- 가벼운 기침 또는 콧물
- 목의 이물감 및 약한 통증
- 미열
- 피로감
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침이 점점 강해지고, 기침 후 숨을 들이쉴 때 휘파람 같은 소리가 나며, 구토까지 동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.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, 점점 심해진다면 즉시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.
임산부가 감염되었을 경우, 치료가 늦어지면 기침으로 인해 자궁 수축이 유도되어 조산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, 산소 공급이 불안정해져 태아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. 따라서 평소와 다른 기침이 계속된다면 ‘감기겠지’라는 생각보다, 전문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입니다.
백일해 예방 및 치료 방법
임산부가 백일해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Tdap 백신 접종입니다. 이 백신은 파상풍, 디프테리아, 백일해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으며, 특히 백일해에 대해 매우 높은 예방 효과를 보입니다. 백신은 임신 27~36주 사이에 한 번만 접종하면 충분하며,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면 항체가 형성되어 태아에게 전달됩니다.
산후에도 백신 접종이 가능하지만, 아기에게 직접 항체를 전달할 수 있는 시기는 임신 후반기뿐이므로, 반드시 임신 중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. 남편이나 가족 등 아기와 밀접하게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도 예방접종을 권장받습니다. 이를 코쿤 전략(Cocoon Strategy) 이라고 하며, 신생아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예방책입니다.
이미 감염된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합니다. 백일해에는 주로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(예: 아지트로마이신, 에리스로마이신)를 사용하며, 치료는 증상 발생 후 최대한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. 항생제를 복용하면 감염력이 빠르게 줄어들지만, 이미 기침 발작 단계로 진입한 경우 증상은 수주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.
임산부의 경우 항생제 복용 시 반드시 산부인과와 상의하여 태아에 안전한 약제를 처방받아야 합니다. 치료와 함께 충분한 휴식, 수분 섭취, 그리고 기침 시 복부 압력을 줄일 수 있는 자세 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.
백일해는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닙니다. 특히 임산부에게는 조산이나 태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험 질환입니다. 예방접종은 본인뿐 아니라 아기까지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. 임신 27~36주 사이 Tdap 백신 접종을 꼭 완료하고, 기침이 오래가거나 이상한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한 검진을 받으세요. 건강한 엄마, 건강한 아기를 위한 첫걸음은 백일해 예방에서 시작됩니다.